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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마에스트로 13기 합격부터 포기까지

2022. 04. 10.


    SW 마에스트로?

    SW 마에스트로(이하 소마)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정부 지원 사업이다.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을 잔뜩 해주고, 그 지원을 기반으로 연수생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중에서 비즈니스 가치가 높으면 창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한다.

    간단히, 돈 걱정 없이 너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해봐 정도의 스탠스를 가진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오~ 합격 수기인가요?

    합격 수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타이밍이 늦기도 했고, 그 당시에 어떤 코딩테스트 문제가 있었는지 등도 생각이 잘 안나서 디테일이 떨어진다.

    오늘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은 사실 소마에 합격하고도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연수생 조건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나와 같은 불상사를 겪는 이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해서이다.

    그래도 간단히, 내가 합격에 다다르게 된 프로세스는 적어보도록 하겠다.

    연수생 선발 과정

    선발 과정은 크게 서류 전형 - 1차 코딩 테스트 - 2차 코딩 테스트 - 심층 면접(포트폴리오 발표) 로 이루어져 있다.

    서류 전형

    서류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된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정말 너무 개떡같이 쓰지 않는다면, 거의 합격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랬던 것 같다. 각 문항별로 최소 400자를 쓰게 되어 있었는데, 나는 1번만 1000자를 작성하고 나머지는 모두 500자 내외였는데 무리 없이 합격할 수 있었다.

    1차 코딩 테스트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특이하게 알고리즘 문항 이외에도 SQL 문항과 Web 문항이 각 1문제씩 출제된다. 1차 코딩 테스트에서 알고리즘 문항은 평이한 난이도였으며, 알고리즘 초보도 풀 수 있는 문제, 그래도 각 유형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 좀 잘하는 사람만 풀 수 있는 문제의 비율이 대략 2 : 3 : 1 정도였던 것 같다. (몇 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SQL 문항의 경우에는… 나는 SQL 언어를 실무에서든 개인 프로젝트에서든 사용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사람이다. (솔직히 최근에 raw 쿼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잘 없다보니 우선순위를 미루다 미루다…)그래서 부랴부랴 SQL 공부를 3일 벼락치기를 해서 갔다. 그런데도 풀 수 있을 정도로 그나마 무난무난한 문제가 나왔다.

    Web 문항은 군대에서 HTML, CSS, JS를 기반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던 경험을 기반으로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CSS 기반의 지식이 있어야 하는 문제이고, 최근엔 CSS로 해결하지 않는 (특히 React 쪽으로 빠르게 넘어올 경우) 문제이다 보니 아마 어려움을 겪은 분들도 많았을 것 같다. 조금 옛날(?) 공부를 한 사람에게 유리한 문제였다.

    2차 코딩 테스트

    2차 코딩테스트의 경우에는 알고리즘 문항은 3문제, SQL 1문제, Web 1문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알고리즘 문항의 경우엔 유형을 알 경우 침착하면 풀 수 있는 문제 2문제와 딱 봐도 어려워보이는 문제 1문제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도 인터넷에 정보를 찾아볼 때, 백준 골드 정도의 문제로 구성된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그랬다면 난 광탈을 했을 것이다. (내 티어가 골드 5이고, 골드 문제는 지금까지 4문제밖에 풀어보지 못했다.)

    SQL 문항의 경우에는 확실히 1차 코딩 테스트보다 어려웠고, DATEDIFF 라는 것을 사용해야 했다고 한다. 저런건 몰?루는 나는 그냥 틀릴 수 밖에 없었다.

    Web 문항의 경우 어느정도 렌더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면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 나는 Web Component 느낌을 대충 살려서 후다닥 써서 냈다.

    심층 면접(포트폴리오 발표)

    어째 2차 코딩테스트의 합격컷이 낮아서인지, 심층 면접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너무 웃겼는데, 나는 이날 단정하게 입고 오라고 해서 그냥 오버핏 맨투맨에 검은색 면바지를 입고 출래출래 갔다. 그런데 면접장에 가니 대부분 캐주얼 정장의 셋업을 다 갖춰입고 왔었다. 예전에 갔었던 삼성 전자 면접을 보는 기분이었다. (혹여 면접에 가게 되신 분이 있다면, 복장은 큰 제한이 없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가 긴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슬랙스에 셔츠 정도는 입고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ㅋㅋㅋ ㅠㅠ)

    면접장에 들어가면 5:5 면접을 하게 된다. 지원자들이 돌아가면서 단상에 가서 노션으로 작성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발표를 해야한다. 나는 백엔드 지망이었는데, 아직 멀쩡한 백엔드 포트폴리오가 단 하나도 없어서 내 개인 블로그와 학교 오픈소스 수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발표를 했다.

    각 지원자가 발표를 하고 나면 면접관님들이 돌아가면서 질문을 해주신다.

    자, 근데 여기서 생각해보자. 5:5 면접이다. 면접 시간은 1시간동안 진행되는데, 발표로 각 3분을 쓰면 15분이 이미 날아간다. 즉, 45분짜리 면접이다. 그런데 각 면접관이 각각의 지원자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의 수는 애초에 25이다. 그러면 질문을 단 한개만 한다는 가정 하에 질답의 시간 길이가 2분이 채 넘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표면적인 질문이 많았고 사실 탈탈 털리는 면접의 느낌이었다기 보다는 준비가 되었는지를 따지는 면접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면접은 분과별로 굉장히 분위기가 달랐을 수도 있고, 면접관님들이 내 낮은 수준을 고려해주셨을 가능성도 높다.

    최종 발표

    포트폴리오 발표를 맛있게 말아먹어서 에라이 아님 어쩔 수 없다라고 마음먹고 있던 나에게 뜻하지 않은 합격 문자가 날아왔다. 기분이 좋았다. 여러가지 상황과 스스로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던 차였기에, 설렘도 가지고 있었다.

    합격하자마자 WebEx에서 제공하는 슬랙 비스무리한(이라고 쓰지만 훨씬 산업 폐기물 같은) 메신저에서 자유 멘토링을 모집했는데, 여기서도 그나마 평상시의 나 답지않게 적극적으로 멘토링 일정을 채워 나가고, 연수생들과 네트워킹을 조금 하기도 했다.

    어라…? 어째서…?

    그런데, 합격자를 위한 노션 안내 자료의 질의응답 사항에서 조금 간당간당한 FAQ를 발견하게 된다.

    ❓현재 인턴 진행 중인데 본 과정인 6월 전까지 그만두면 괜찮을까요?

    💡 예비과정 중에는 가능하나, 본 과정 시작 이후에는 불가합니다. 본 과정이 시작되고, 4대보험 가입내역서 제출 시점에 4대보험 가입내역에 없음으로 표기되어야 합니다.

    ❓연수 과정 중 대학교 연계 인턴십 활동을 통해 학점 취득하는 것도불가능한가요?

    💡 교내 인턴십 활동 관련해서는 사무국으로 개별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아? 나는 지금 학점 연계 인턴을 하고있는데…? 산재 보험도 들어져있는데…? 아.. 이거 싸하네

    라는 생각을 하고, 바로 연수원 측으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4대 보험이 들어져있으면 어떠한 예외 사항도 없이 무조건 연수에 참여할 수 없다는 대답을 받게 되었다.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끝?

    인턴을 그만두게 되면, 학교 과사측과 미친듯한 신경전으로 졸업을 두고 학점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 모종의 이유로 학교의 졸업을 절대 미룰 수 없는 나에게 너무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다.

    그래서 연수원 측에 학점이 연계되는 과정이다 보니 일반 인턴 활동과는 조금 다르지 않냐고, 예외 사항이 정말 없냐고 재차 확인 메일을 보냈지만 더욱 확고하게 예외 사항이 없다는 메일이 돌아올 뿐이었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런 규칙에 맞서고 항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보니(내가 항의한다고 연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순응하고 과정 포기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렇게, 나는 한순간에 누군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연수과정을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탈취하고, 게걸스럽게 씹은 후 도망친 파렴치한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죄로 다시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 지원할 수 없게 지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게 맞나요

    아직도 완전히 납득은 가지 않는다. 나는 학기를 대체해서 인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연수생들 중에는 학기를 다니며 연수 활동을 이어가는 연수생들도 있다.

    내가 본 과정과 겹치는 근무기간은 6월 한달이다. 그리고 이 6월 한달은 기말고사가 있어 대부분의 연수생들도 본 과정에 집중하기 어려운 기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쏟을 것이다.

    그러면 나와 학기를 다니고 있는 연수생들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일을 하고 있는가이다. 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산재 보험에 가입이 되어있고, 따라서 재직자이기 때문에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라고 재직상태라면 과정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른 채로 지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원 당시에는 “재직중이 아닐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 이 부분이 인턴십을 포함하는지, 알바를 포함하는지 등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정부 지원 사업이라서 지원금 지급에 결부되어 이러한 이슈가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소마에 지원할 때 무조건 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학점 연계 인턴과 같은 활동을 지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마의 현재 시스템은 온전히 힘을 다해서 준비 과정인 2월부터 1년을 소마를 위해 바칠 수 있는 충성스러운 연수생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애매한 규정에 대해서 미리 문의를 하지 않은 내 잘못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잠깐이지만 네트워킹을 했던 연수생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후 기수에 지원하실 예비 지원자들은 꼭 해당 사항을 인지하기 바란다. 지원 자격과 규정에 애매한 서술이 있는 경우 궁금한 점을 미리 연수원에 문의해서 확실하게 만들어 놓고 지원을 하는 편이 나와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술이 땡긴다.

    2022년 04월 19일 내용 추가

    내가 작성한 포스트를 연수원측에서 확인하신건지 아니면 문의 메일에 대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수원에서 전화가 왔다.

    학점 연계 인턴의 경우 산재 보험에 대한 특례가 적용되나, 내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ICT 학점 연계 인턴십 또한 국가 지원 사업이라 중복 수혜 불가능으로 둘 중 하나만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인턴을 포기하려면 학점마저 포기해야 하는데, 이번 학기 등록금을 내기도 했고, 개인 사정으로 올해 꼭 졸업을 해야해서 인턴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도 산재 보험 때문에 소마 과정을 참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니, 학교를 통해 인턴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소마에 지원하실 예비 연수생들은 해당 사항을 꼭 연수원에 문의를 통해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친절하게 답변해주신다.

    진짜 끝.

    #sw-maestro#ps#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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